2025/03 17

누가 더 상냥한가

정우의 처지가 유쾌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틸러는 정우에게 상냥하려고 애썼으며 실제로 그러했지만, 사냥함의 이면에는 간혹 거론키 어려운 오만한 감정이 숨어있는 법이다. '상냥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모든 사람이 서로를 깔보는 마을' 이라고 말했던 것이 가이너 카쉬냅이었던가, 라수규리하였던가?' 틸러는 얕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친절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말하는 그 경구가 좀 극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정우를 존경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각하는?'이라고 물었다. 틸러 달비는 진짜 상냥함을 발휘한 사람은 누구인지 의심스러웠다.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대신 규리하공 아가씨 같은 이상한 호칭을 쓰는 방식으로 당신이 전쟁 포로인지 변경백령의 정통 계승자인지 잘 모르겠..

좋은 말 2025.03.10

치도의 근본

"내 생각엔 그렇습니다. 권력을 오용하여 영민을괴롭혔고 그에게 권력을 준 상급자를 욕보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큰 죄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용서할 수없는 것은 등기부를 위조했다는 것입니다."  "어....등기부 위조가.... 심각한 죄인가 보군요?"  엘시는 잠깐 아무도없는 곳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들 영주는 그 영민들의 복리를 증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합니다. 옳은 말입니다.하지만 영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도 못한다면 복리의 증진은 광언이 되고 말 겁니다.생명과 재산의 보호는 치도에 있어 근본 중의 근본입니다. 등기부 위조는 그 기본적인 것을 파괴하는 범죄입니다." 엘시는 그대로 말을 멈추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엘시는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말을 덧붙였다. "붓으로 이루어진..

좋은 말 2025.03.09

선택이 아닌 수용

"탈해. 종족이나 성별, 부모나 고향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것들은 그냥 받아 들여야 해. 그것들이 주는 이익과 마찬가지로 손해도.그런 손해들에 대해 괴로워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그 손해를 줄이거나 혹은 손해를 이익으로 바꾸는 일을 생각하는 쪽이 낫겠지.정우도 마찬가지야.정우는 반역자가 될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어. 하지만 나는 정우에게 그것에 대해 괴로워 하거나 다른 이들을 원망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상황을 개선하도록 애쓰라고 말하고 싶어.그리고 자네에게도 정우가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말하고 싶군. " - 피를 마시는 새, 이영도 -

좋은 말 2025.03.08

용서는 가장 큰 복수

"어떻게 인간이 자손에게 죄없다 말할 수 있느냐! 거인도 아니고, 드래곤도 아니고, 엘프도 아니고, 드워프도 아닌, 너희 인간들이!" 제레인트는 황당한 표정으로 거인을 올려 보았다. "저,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 인간들은 선조의 죄가 자손에게도 이어 진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간악한 놈들, 자신에게 이로운 것만 이어받고 자신에게 해로운 것을 내몰라라 하겠다는 거냐? 너희들은 선조의 모든 것을 이어받으며 죄만은 이어받지 않겠다는 거냐? 멍청한 주제에 욕심만 사나운 종족 같으니. 뭐라고? 죄 없는 자손? 너희들이 선조의 죄를 상속받기를 거부한다면, 선조가 남긴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그와 같아야 하지 않느냐!" "다른 것들" "네놈들의 선조가 찾아낸 알량한 지식! 지혜! 깍아낸 산과 개간된 들판!..

좋은 말 2025.03.01

제일 아름다운 풍경

https://youtu.be/hhGHHCYYpJA?si=bDaFX29ErxB0Dsze 장순욱 변호사 최후변론 전문 저는 이 사건 탄핵 소추 사유와는 살짝 비켜나서 피청구인이 오염시킨 헌법의 말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피청구인이 헌법에 대해 언급했던 말을 일별해 보면서 그가 얼마나 왜곡된 헌법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말은 말을 사용하는 언어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는 수단이자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사용하는 말이 그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엉뚱한 의미로 심지어 정반대 의미로 쓰인다면 더 이상 소통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만일 그 누군가가 권력자라면 개인과 개인의 소통 단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공동체 전체가 큰 혼란을 ..

정치참여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