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의 처지가 유쾌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틸러는 정우에게 상냥하려고 애썼으며 실제로 그러했지만, 사냥함의 이면에는 간혹 거론키 어려운 오만한 감정이 숨어있는 법이다. '상냥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모든 사람이 서로를 깔보는 마을' 이라고 말했던 것이 가이너 카쉬냅이었던가, 라수규리하였던가?' 틸러는 얕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친절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말하는 그 경구가 좀 극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정우를 존경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럼 각하는?'이라고 물었다. 틸러 달비는 진짜 상냥함을 발휘한 사람은 누구인지 의심스러웠다.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대신 규리하공 아가씨 같은 이상한 호칭을 쓰는 방식으로 당신이 전쟁 포로인지 변경백령의 정통 계승자인지 잘 모르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