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

치도의 근본

단디1969 2025. 3. 9. 15:59

"내 생각엔 그렇습니다. 권력을 오용하여 영민을괴롭혔고 그에게 권력을 준 상급자를 욕보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큰 죄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용서할 수없는 것은 등기부를 위조했다는 것입니다."

 

"어....등기부 위조가.... 심각한 죄인가 보군요?"

 

엘시는 잠깐 아무도없는 곳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들 영주는 그 영민들의 복리를 증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영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도 못한다면 복리의 증진은 광언이 되고 말 겁니다.

생명과 재산의 보호는 치도에 있어 근본 중의 근본입니다. 등기부 위조는 그 기본적인 것을 파괴하는 범죄입니다."

엘시는 그대로 말을 멈추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엘시는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말을 덧붙였다.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라 하여 가볍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문필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적지않은 이들이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가 칼로 이루어진 범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억울해 합니다. 바르지 못한 일입니다. 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 그 책임 또한 더 무거워야 합니다. 등기부 위조는 붓으로 이루어지는 반역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나는 창검으로 이루어지는 반역에 비해 더 큰 처벌을 내리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붓에 보내는 칼의 경의로 생각할 것입니다."

 

 - 피를 마시는 새, 이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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