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궁했을 뿐입니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니까요."
그 순간 머리 회전이 빨랐을 뿐. 하지만 이뤄내고 보니 확실히 대단한 일인 것 같다.
한편으론 뿌듯하면서 또 한편으론 의아했다.
이렇게 성과를 낼 수 있으면서 왜 지금껏 하지 못했던 것일까?
다시 시작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 , 곤궁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때 기사였다는 기억이 은연중 자격지심처럼 박힌 게 아닐까.
그로 인해 시궁창 같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
현실을 외면하니 궁핍한 줄 모르고, 궁핍한 줄 모르니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고, 절박하이 없으니 용기를 내지 못했다.
'힘껏 나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나 보다.
- 죽어야번다. 2권 215페이지 안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