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대원들도 그 권한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 소대원 중 그 누구도 제가 누가 죽고 누가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놀라운 판단력을 가졌다고 믿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소대장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있는 것이지, 그런 능력이 있어서 소대장이 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사람도 제 자리에 앉으면 그것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312소대의 소대장이 아니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이 살거나 죽는 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소대원 중 누구에게 죽으라고 말하면 그 소대원은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
"귀관의 정신적 문제를 난폭한 어휘로 지적하겠군."
"충성 서약에는 바로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가?"
"예. 시카트 규리하는 우리가 개돼지가 아니기 때문에 지배자를 선택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말은 우리가 지배자가 될 자격을 갖춘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우리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거꾸로죠. 우리가 선택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아이저 규리하는 서약지지파이기 때문에 지배자는 지배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배자로 선택된다는 논리를 믿습니다. 따라서 그에게 더 이상 지배권이 없어도 자신이 모든 규리하를 대표해서 누군가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는 부상당한 부하에게 노궁을 쏘고 딸의 목숨을 요구하면서 규리하가 그것을 원한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이 충성 서약의 문제입니다. 선택되었기 때문에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지배자가 남을 지배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선택된다는 식의 착각을 만들어냅니다."
- 피를 마시는 새, 이영도 -